대한민국 성형수술의 역사
‘근대적 몸’에 대한 욕망에서 일상화된 자기 개조까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성형 미인’은 늘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성형한 여성은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자연 미인’은 도덕적 우월성까지 부여받으며 찬양되었다. 그러나 이 극단적인 담론 사이에서 개인의 몸은 언제나 평가와 불안, 욕망의 장 위에 놓여 있었다.
성형은 처음부터 ‘문화’였다
100년 전 한반도는 ‘근대적 몸’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폭발하던 공간이었다. 흥미롭게도 1921년 미국에서는 두 사건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뉴욕에서 성형외과 전문 단체가 처음 만들어졌고, 한 달 뒤 제1회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가 열렸다.
미국 역사학자 엘리자베스 하이켄은 저서 <비너스의 유혹>에서 이 두 사건이 성형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성형은 단순한 의료 기술이 아니라, 사회가 이상적인 몸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1920년대 조선에서 성형 수술은 ‘정형 수술’이라 불렸다. 신문에는 전문가 상담 코너가 실렸지만, 태도는 대체로 냉정했다. 성형을 원한다는 젊은 여성의 질문에 “수술로도 곱게 할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이 실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외과 수술법 소개만큼은 열정적이었다. 미용 성형은 ‘근대적인 몸’을 만드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조선 최초의 쌍꺼풀 수술과 모던 걸들
한반도에서 미용 성형 수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점은 1930년대 초중반으로 보인다. 최초로 쌍꺼풀 수술을 한 조선인은 근대 미용사 오엽주(1902~1987)였다. 그는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한 셀러브리티였고, 서구식 외모와 신체 변형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오엽주의 쌍꺼풀 수술은 1930년 전후 일본에서 이루어졌는데, 결과가 뛰어나 서울의 유명 안과였던 공안과에서 직접 수술 경험담을 들을 정도였다. 그의 미용실에는 배우 복혜숙 · 문예봉, 조선 최초의 여성 개원의 허영숙, 작가 모윤숙 · 전숙희 등 당대의 ‘모던 걸’들이 드나들었다.
이미 이 시기 조선에는 쌍꺼풀 수술뿐 아니라 코를 높이는 융비술, 종아리 근육을 줄이는 각선미 수술, 가슴 성형 등도 알려져 있었다. 공통점은 분명했다. 모두 서구, 특히 백인의 신체를 이상형으로 삼은 수술이었다.
식민지 근대성과 백인 선망
식민지 시기 남성 지식인들 또한 서구 신체에 대한 강한 선망을 드러냈다. 소설가 이광수는 자신의 얼굴에 우쭐해하다가도 백인을 마주치면 황인종의 외모를 저주하듯 묘사했고, 김동인의 첫사랑은 금발의 영국계 소녀였다.
1920년대 유행한 우생론과 민족개조론은 동양인의 신체를 ‘낙후된 것’으로, 서양인의 신체를 ‘이상적 이데아’로 설정했다. 이 사상은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고 많은 지식인에게 공유되었고, 근대 한국 사회의 미적 기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쟁 이후 대중화와 ‘허영녀’ 낙인
한국전쟁 이후 성형 수술은 점차 대중화되었지만, 수술을 받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오히려 더 거칠어졌다. 1960~70년대 군사정권 시기, 언론은 성형을 ‘사치’와 ‘허영’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여대생의 정형 붐”, “젖 높이기에 목숨 거는 여성들” 같은 자극적인 표현이 넘쳐났다.
성형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한국병’으로 규정되었지만, 흐름은 되돌릴 수 없었다. 1980년 컬러 TV 보급 이후 연예 산업과 성형 산업은 함께 팽창했고, 명동과 압구정동은 성형외과 밀집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이후: 자아가 된 몸
1990년대는 소비자본주의가 본격화되며 “나의 몸이 곧 나의 자아”라는 인식이 확산된 시기였다. 미인대회와 성형 산업은 전성기를 맞았고, 여성의 외모는 더욱 강하게 상품화되었다.
동시에 ‘성형 미인’에 대한 조롱도 대중문화 속에 노골적으로 등장했다. 1996년 발표된 한 남성 아이돌 그룹의 노래 「성형미인」은 성형을 전염병에 비유하며, 성형한 여성의 몸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성형 강국’과 자연 미인의 모순
2010년대에 들어서며 한국의 성형 문화는 세계적 이슈가 되었다. 2013년 미스코리아 후보 사진이 해외 커뮤니티에 올라가 “모두 같은 얼굴”이라는 조롱이 확산되었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는 한국을 “성형이 통과의례가 된 나라”로 소개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자연 미인’을 이상화한다. 웹툰 강남 언니, 강남미인도는 성형 여성들 사이의 위계와 열등감을 풍자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차별을 재생산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일상화된 성형, 끝나지 않는 질문
과학기술학자 임소연은 저서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에서 ‘성형 미인’이 지나치게 대상화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한국 여성들이 성형을 선택하는 이유는 백인을 닮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저 ‘예쁜 한국 여성’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 ISAPS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오랫동안 인구 대비 성형 수술 빈도 세계 상위권을 기록해 왔다. 여성학자 태희원은 “한국 사회에서 성형은 이미 일상화되고 정상화되었다”고 말한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질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몸을 바꾸는 선택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성형을 하든 하지 않든, 우리는 모두 몸이 평가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대한민국 성형수술의 역사는 곧, 한국 사회가 몸을 바라보아 온 방식의 역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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