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산과’가 무너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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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산부인과는 크게 산과와 부인과로 나뉩니다.
산과쪽이 출산을 담당하고
부인과쪽은 여성 질환(자궁, 난소 등)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산부인과 중
산과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방의 경우 집 근처에 분만 가능한 병원이
없는 곳도 수두룩한 게 현실입니다.
흥미로운 건 산부인과 의사 수 자체는 늘었다는 점입니다.

출산률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산부인과 의사 수가 늘긴 늘었는데
산과는 대체 왜 무너진 걸까요?
1. 적자 구조
분만실을 운영하는 건 굉장히 돈이 많이 듭니다.
애가 언제 태어날 지 모르기에
24시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 다음과 같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 산과 의사 2명(2교대 기준)
– 간호사 6~7명(수술 어시 + 분만실 담당 3교대)
– 지원인력(마취과 등)
이건 최소로 잡은 인원이고
실제론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합니다.
저렇게 굴리면 아무도 못 쉽니다.
여기에 수술방도 있어야 해서
병원도 크게 해야 합니다.
병원 임대료도 더 비싸고
장비 임대료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분만 쪽은
진짜로 적자가 꽤 심합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우선 분만 비용이 너무 저렴합니다.


한국의 분만 비용은
건보에 의해 가격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가격이 몹시 저렴하다는 겁니다.
산부인과의 원가 보전율은 약 61%로
정상 진료를 하면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심지어 분만은 40%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걸 메우려면 박리다매로 환자를 빨리/많이 보거나
비급여를 파는 수밖에 없는데
애초에 출산 자체가 없는 데다
출산 쪽은 비급여 팔 것도 뭐 없습니다.
과거엔 출산이라도 많아서 버텼는데
이제 그것도 무너졌으니
아직도 운영하는 사설 출산 병원들이 신기할 정돕니다.
2. 법적 부담


오늘도 산과 관련 뉴스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아기 부모 입장에서 보면
가슴이 찢어질 일이라는 거 저도 공감합니다.
당연히 의사가 미울테고
제가 현장에 있던 것도 아니라서 전후사정을 모르니
과실에 대해서도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근데 잘잘못을 떠나
저런 사건을 의사 입장에서 보면
그냥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역시 산부인과 같은 거 하면 안 된다.’
‘하고많은 과 중에 하필 산부인과를 하셔서’
‘괜히 출산 쪽 건드리면 인생 ㅈ될 수 있다’
‘그냥 안전하게 부인 검진 같은 거나 하시지’
실제 주변 반응도 그렇고요.
게다가 분만 쪽은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금’이라는 제도도 있었습니다.

과실이 없어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라는 제도입니다.
의료라는 건 100%가 없는 영역입니다.
아무리 잘해도 사고가 터지는 게 이쪽 업계인데
무과실인 게 밝혀져도 보상금을 내야한다니…
산과를 선뜻 택하기 어렵게 만든 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 결론/사견
있는 분만 병원도 사라지는 판에
개인 돈 들여서 분만 병원을
그것도 지방에 지을 사람은 손에 꼽을 겁니다.
심지어 대학병원에서도
분만실은 적자를 유발하기에 눈엣가시입니다.
실제로 문을 닫는 곳도 꽤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산과는 하려는 사람도 없지만
일자리도 없습니다.
돈도 못 벌고
산모/태아가 잘못되면 처벌받는 구조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산과를 하는 사람은 나오기 힘들겁니다.
현재 소아과를 달빛어린이병원이란 제도로 국가가 지원하는 것처럼
분만실/분만도 국가가 나서서 책임지는 것 말곤 답이 없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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