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치매를 비웃는 순간

음악이 치매를 비웃는 순간

음악이 불러낸 기억, 치매 발레리나의 감동적인 이야기

“기억은 사라져도 몸은 기억하고 있다.”

스페인의 한 발레리나가 보여준 장면은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치매로 인해 많은 기억을 잃어버린 그녀. 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흘러나오자, 마치 무대 위에 선 듯한 손끝과 눈빛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녀는 마르타 곤살레스(Marta C. González), 한때 뉴욕시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였던 인물입니다.

음악은 기억의 열쇠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는 인지 기능 저하로 기억, 사고, 판단 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퇴행성 질환입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음악은 뇌의 특정 부분, 특히 감정과 관련된 영역을 자극하여 치매 환자에게 특별한 반응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환자들이 과거에 익숙했던 음악을 들을 때, 얼굴에 생기가 돌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는 음악이 언어와 기억의 경계를 넘어 뇌 깊숙한 곳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몸은 기억한다” – 무용수의 신체 기억

치매 환자가 음악에 반응해 춤을 추는 모습은 단순한 감정 반응을 넘어, ‘신체 기억(body memory)’이라는 개념과 연결됩니다. 이는 뇌가 명시적으로 기억하지 못해도, 반복적인 움직임이나 감각을 통해 기억된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재현하는 현상입니다.

발레리나였던 마르타는 백조의 호수를 수천 번 연습했고, 무대 위에서 수없이 몸을 써왔습니다. 그녀의 뇌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여전히 춤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음악 치료, 그리고 희망

오늘날 전 세계에서는 음악 치료(music therapy)가 치매 환자들의 정서적 안정, 사회적 소통 능력,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이 오랫동안 들어온 음악이나 특별한 기억과 연결된 음악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영상 속 마르타의 모습은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음악이 지닌 힘과 인간의 잠재된 감정, 그리고 예술이 주는 치유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마무리하며

치매는 기억을 앗아가지만, 음악은 그 기억의 조각을 다시 빛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한 곡의 음악, 한 줄의 선율이 누군가에게는 잊혔던 인생의 한 장면을 다시 꺼내주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음악을 듣는 시간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