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숏폼을 못 끊을까 1 – 숏폼의 탄생과 부상

1. 숏폼의 시작
2013년, 트위터가 바인(Vine)을 내놓음.
6초짜리 영상이 끝나면 자동으로 다시 재생되는 앱이였음.
지금 보면 별거 아닌데, 짧은 영상 무한 반복이라는 포맷을 처음 대중화한 게 얘임.
한때 사용자 2억 명을 찍을 만큼 잘나갔음.
비슷한 시기 스냅챗은 ‘스토리’로 24시간 뒤 사라지는 세로 영상을 만들었음(인스타 스토리는 2016년)

2014년엔 뮤지컬리(Musical.ly)가 등장. 15초짜리 립싱크 영상으로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엄청 바이럴됐음.
이때까지만 해도 다들 이걸 10대 장난감 정도로 여겼는데, 진짜 판을 갈아엎은 중국 기업이 등장함.
2. 틱톡, 진짜 무기는 알고리즘
우리가 보통 아는 숏폼의 시작인 틱톡에는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있음.
이 회사의 전문분야는 영상SNS가 아니라 추천 알고리즘임.
첫 대박이 뉴스 앱 토우탸오(头条)였는데, 사람이 편집 안 하고 알고리즘이 알아서 뉴스를 꽂아주는 방식이었음.
“사람이 뭘 좋아할지는 기계가 더 잘 안다”가 이 회사 철학임.
2016년, 이 알고리즘을 영상에 얹어 중국에 도우인(抖音)을 출시. 중국에서만 하루 사용자 수억 명을 빨아들임.
2017년엔 해외판 틱톡(TikTok)을 냄.

2017년 말엔 앞서 말한 뮤지컬리를 약 10억 달러(1조 원 이상)에 인수해서, 2018년 틱톡에 통째로 합쳐버림.
미국 10대 시장을 돈 주고 통째로 사버린 셈.
기존 SNS는 “내가 팔로우한 사람” 걸 보여줌. 근데 틱톡은 팔로우가 0명이어도 상관없음.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것 같은 걸 계속 꽂아줌.
영상 몇 개 넘기는 것만으로 내 취향을 파악하고, 끊기 애매하게 계속 다음 걸 던져줌.
사용자는 그냥 엄지만 위로 튕기면 됨. 끝이 없는거임.
결과는 숫자로 나왔음.
틱톡은 202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였고, 그해 누적 다운로드 20억 건을 돌파했음.
2021년 9월엔 월 사용자 10억 명을 넘김.
페이스북이 그 숫자를 찍는 데 8년 걸렸는데, 틱톡은 4년 만에 해버린거임.

3. SNS 거인들의 참전

2020년, 인스타그램이 릴스(Reels)를 붙임.
같은 해 유튜브도 쇼츠(Shorts)를 내놓음.
유튜브는 세로 숏폼 칸을 앱 첫 화면 한복판에 박아넣었었음.
그만큼 위기감이 컸다는 뜻임.
유튜브 쇼츠는 2023년 기준 매달 20억 명이 넘게 봄.
메타는 페북·인스타 합쳐서 릴스가 하루 2천억 회 재생된다고 밝힘.
이때부터 숏폼 안하는 플랫폼이 없는 시대가 열림.

이제는 야동도 쇼츠로 보는 시대. 어떻게 아냐고? 그건 묻지마
4. 돈이 되니까 한다. 그게 사용자 뇌를 망칠지라도…
근데 다들 왜 이렇게까지 숏폼에 목숨을 걸었을까.
핵심은 체류 시간임.
유저가 앱에 오래 머물수록 광고를 더 많이 노출할 수 있고 그게 곧 돈임.
그래서 이들의 목표는 양질의 컨텐츠 전달이 아니라 어떻게든 화면 앞에 오래 붙잡아두기로 설계됨.
이걸 위한 장치가 촘촘하게 박혀있음.
자동 재생에 무한 스크롤이라 애초에 멈출 지점이 없음.
개인화된 알고리즘이라 지루할 틈을 안 줌.
거기다 돈까지 뿌림. 틱톡은 크리에이터 펀드에 10억 달러, 유튜브도 쇼츠 펀드에 1억 달러를 태움.
만드는 사람한테 돈을 주니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게 다시 사용자를 더 오래 붙잡음.
결과적으로 숏폼은 인간의 주의력을 두고 벌이는 사업이 됨.
그러니까 우리가 의지가 약해서 못 끊는 게 아님.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못 끊게 설계한 걸, 맨몸으로 상대하고 있는 거임.
근데 웃긴 건, 그렇게 오래 봐도 조금 지나면 뭘 봤는지 기억도 잘 안남.

다음 편에서는 이 “못 끊게 만든 설계”가 실제로 우리 뇌에서 뭘 하고 있는지,
왜 분명 방금 봤는데 기억이 안 나는지,
숏폼이 우리 뇌(특히 도파민 시스템)에 실제로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보겠음.
출처
https://www.fmkorea.com/1016848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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