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숏폼을 못 끊을까 2 – 숏폼이 뇌에 미치는 영향
1. 도파민은 만족감이 아닌 기대감

신경과학자 볼프람 슐츠의 유명한 실험이 있음.
원숭이 뇌에 전극을 꽂아서, 도파민 신경세포가 언제, 얼마나 발화하는지를 측정함.
실험 자체는 단순했음. 불빛을 켜고, 잠깐 뒤에 원숭이 입에 사과주스를 한 방울 줌.
불빛 → (짧은 대기) → 주스. 이 순서를 계속 반복함.
원숭이가 이 관계를 모를때는 주스 먹는 순간에 도파민이 튀지만
불빛이 뜨면 곧 주스가 온다는 사실을 학습하고 나면, 결과가 뒤집힘.
불빛이 튈 때의 도파민 수치가, 실제로 주스를 받아먹을 때보다 더 높아짐.

즉 뇌가 진짜로 반응하는 건 보상 그 자체가 아니라, 보상이 올 거라는 기대였던 거임.
도파민은 만족의 물질이 아니라 기대의 물질임(단순하게 말하자면)
뭔가를 얻는 순간이 아니라, 그걸 기다리고 쫓는 과정에서 터짐.
그리고 숏폼은 이 기대를 쉬지 않고 뽑아내도록 설계된 물건임.
2. 숏폼은 무제한 슬롯머신이다

원숭이의 도파민을 튀게 한 건 주스가 아니라 불빛이었음.
숏폼에서 그 불빛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스크롤임.
손가락을 위로 튕기는 그 순간, 뇌는 “다음 건 뭐지?” 하는 기대 상태로 들어감.
아직 아무것도 안 봤는데, 넘기는 행위 자체가 도파민을 튀게 함.
우리는 사실 영상을 보는 것보다 넘기는 것에 중독된 거임.
슬롯머신도 똑같음.
사람들이 슬롯에 빠지는 건 돈을 딸 때의 기쁨 때문이 아님.
레버를 당기고 결과가 나오기 직전, 그 ‘설렘의 몇 초’에 중독되는 거임.
심지어 슬롯머신은 돈이라도 들어서 언젠간 지갑이 비어 멈추는데,

숏폼은 그 브레이크조차 없음. 사실상 무한한 피드가 있어, 설렘이 꺼지지 않음.
결국 숏폼은 도파민이 가장 좋아하는 기대의 순간을,
손가락 하나로 공짜로, 끝없이 재생하는 장치인 거임.
그렇게 우리는 만족은 없고 기대만 반복되는 루프에 갇힘.
분명 계속 보는데 채워지진 않는 이유가 이거임.
3. 새로운 경험도 적당해야 좋은 것
여기에 뇌의 또 다른 약점이 겹침. 바로 새로움에 대한 반응임.
뇌는 새로운 자극을 만나면 도파민으로 반응하게 진화했음. 원래 이건 생존에 유리한 기능임.

새로운 먹이, 새로운 길, 새로운 위험. 이런 걸 놓치지 않고 살펴야 살아남으니까.
그래서 뇌는 새것 자체에 작은 보상을 주도록 설계돼 있음.
문제는, 자연에서 새로움은 어쩌다 한 번 만나는 보너스였다는 거임.
숲을 몇 시간 걸어야 새로운 식량 하나 발견하는 정도.
근데 숏폼은 그 귀한 보너스를 계속해서 지급함.
스크롤 한 번에 완전히 새로운 장면. 또 한 번에 새로운 사람, 새로운 주제, 새로운 음악.
도파민 회로가 멈출 틈 없이 계속 돌아감.
뇌는 새로운 자극이 뜰 때마다 “이거 중요한 건가? 위험한 건가?”를 무의식적으로 판단하려 함.
그래서 계속 얕게 각성된 상태로 붙잡혀 있음.
쉬는 것 같은데 뇌는 하나도 못 쉬고 있는 거임.
몇 초마다 새것을 받는 것에 익숙해지면, 웬만한 자극은 이제 새것으로 안 느껴지게 됨.
느긋한 산책, 평범한 대화.
원래 충분히 즐거웠던 것들이 갑자기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시시한 것으로 느껴짐.
자연에선 귀했던 새로움을, 숏폼이 인공적으로 무한 공급하면서
현실의 속도 자체가 견딜 수 없이 지루해지는 거임.
4. 자극이 멈추면 괴로움이 시작된다
정신과 의사 애나 렘키가 쓴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에 따르면
뇌 안에선 쾌락과 고통이 하나의 저울처럼 연결돼 있는데,
이 저울은 늘 수평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음.
즐거운 자극을 받으면 저울이 쾌락 쪽으로 기울고
그럼 뇌는 균형을 맞추려고 고통 쪽에 추를 얹음.

숏폼을 꺼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통 쪽에 얹어졌던 추는 남아있음
숏폼 실컷 보고 껐을 때 밀려오는 그 공허함, 현타같이 가라앉는 기분이 바로 이거임.
원래는 저울이 알아서 균형으로 돌아오지만
강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밀어넣으면, 고통 쪽에 추가 계속 쌓이고,
뇌는 결국 그걸 디폴트 상태로 받아들이게 됨.
쇼츠를 끄고 시간이 지나도 고통 쪽의 추는 없어지지 않는 것임.
그리고 이 고통쪽으로 기울어버린 기준점이 부작용을 일으킴.
우선 내성이 생김.
같은 숏폼에 점점 덜 즐거워지고 더 세고 더 자극적인 걸 찾게 됨.
기본값이 이미 마이너스라, 예전만큼 즐거우려면 더 세고 더 자극적인 걸 때려야 함.
더 심해지면 금단현상도 생김.
폰을 내려놓는 순간 불안, 짜증, 무기력이 스멀스멀 올라옴.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평범한 순간이, 이제 견딜 수 없이 지루하고 불편해짐.

책 한 페이지, 5분짜리 영상, 심지어 친구랑 하는 대화조차 너무 느리게 느껴짐.
천천히 오는 보상을 못 기다리는 뇌가 되어버리는 거임.
이쯤 되면 이건 단순한 시간 낭비 문제가 아님.
집중력, 인내심, 깊이 있게 뭔가를 하는 능력이 실제로 깎여나가고 있는 거임.
다음 편에서는 공짜인 줄 알았던 숏폼 시청 후 날아오는 청구서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다뤄보겠음.
출처
https://www.fmkorea.com/1017162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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